아마추어 무선기사가 되고 난 후의 생각

우선, 이 글은 6K2JVA 님의 글을 보고 쓰게 되었어요<

아쉽게도 blogspot 블로그엔 트랙백이나 핑백 기능이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인연이 닿을 수 있길 바라면서<


개인적으로 무선 통신에 관심이 많아요< 전공이 컴퓨터 계열인 것은 둘째치고, 최근엔 무선 통신 연구실에서 연구하면서 논문도 쓰고 있죠< 무선 통신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내용은 분명 아마추어 통신에서 주로 다루는 통신과는 분명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무선 전파를 통해서 정보를 전달하고, 사람의 마음이 전해진다는 게 정말로 멋진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1)인터넷/무선통신의 발달이 없었다면 미노리는 지금 애인과 사귀지도 못했을거고, 몇년간의 장거리 연애로 이어지지도 못했겠죠..<

어렸을 때 아파트나 주택의 지붕마다 우뚝 서있는 기다란 막대기나, 가끔 차에 달려있는 긴 막대기를 보고 신기해했죠< 부모님에게 물어보니까 아마추어 무선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무지 돈 많이 드는 취미라고 하더라구요<2)물론 지금도 그 ‘돈 많이 드는 취미’ 라는 내용은 사실인 것 같지만요< 진짜 안 변했네요 그때랑< 그래서 어른이 되면 한번쯤 저런 취미를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 흘러서 미노리가 성인이 되고, 스스로의 돈으로 아마추어 무선기사 자격증을 딴다거나, 무전기를 사서 손수 발로 뛰면서 개국을 한다거나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죠< 중국에서 저렴저렴한 핸디를 하나 수입해서 발로 뛰면서 손수 허가관련 서류를 작성해서 허가받고, 그땐 자동차도 없었는데 지하철을 타고 환승 환승해서 적합성 검사를 받으러 가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첫 호출부호가 나왔을 땐 정말로 기분이 좋았죠< 손안에 가지고 있는 무전기로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미노리가 꿈꿔왔던 그런게 아닌 것 같더라구요, 왠지 이 동네는..< 우선 주 연령층이 너무 나이가 많아요… 무전기를 켜고 서울지역 중계기를 잡고 있으면 하루종일 들리는 건 택시기사 아저씨 몇명이서 말년병장 같은 속도로3)감탄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호출부호를 말하면서 그 나이대의 아저씨들에게만 흥미가 있을만한 주제로 잡담을 하는 걸 들을 수 있었고, 광역망 중계기를 잡으면 지이익- 하는 잡음이 나오지 않고 실제로 중계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던 때는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았죠…

GHQ에 전화해서 수입한 무전기의 허가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려고 할 땐 ‘그러게 연맹에서 공동구매하는 VHF/UHF 핸디를 사지 왜 귀찮게 해외에서 사냐’ 라는 말을 들었구요..< 우선 그 공동구매하는 핸디, 기능은 중국산이랑 별로 나을것도 없는데 무지 비싸구요4)아마 OEM 아닐지 생각만… 확실한 건 아니구요…, 또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아마추어 정신은 어디로 갔나요… 겨우 적합성 허가를 받긴 했지만 출력도 낮고 안테나도 그리 좋지 못한 미노리의 핸디는 종종 중계기 주파수에서 겨우 스퀠치만 여는 수준만 통달하는 일이 많았고, 그때마다 그 중계기에서 거주하시는 택시기사 아저씨 같은 사람들은 누가 이렇게 더러운 신호를 날리냐면서 짜증을 냈죠…

그래서 신호가 확실하게 닿는 로컬로 하자, 라고 생각을 하고 호출 주파수를 튜닝해두었어요, K-ICT 스펙트럼 Map을 보면 무선국들을 많이 볼 수 있죠, 아마추어 국도 무지 많아요, 주변에도 무지 많죠… 그런데 그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는걸까요… 호출주파수를 튜닝해두고 충전기에 무전기를 꼽아둔지가 2주째, 스퀠치는 풀릴 생각을 하지 않네요…

그러다 보니 KARL 회비도 내기 싫어졌고, 집엔 맨날 비슷한 Expedition 이야기랑 태양풍 예보, 그리고 무지 안 바뀌는 중계기 주파수표랑 무지 마찬가지로 무지 안 바뀌는 그 맨 뒷장의 4급 자격증 홍보 그림, 그리고 맨 앞 페이지엔 아저씨…보단 할아버지에 가까우신 분들만 잔뜩 뻣뻣한 자세로 서있는 어색한 사진으로 장식된 잡지가 포장도 뜯지 않은 상태로 쌓이다가 어느순간 안 오기 시작했죠…5)네, 그 잡지죠..<

세월이 빠르네요, 벌써 올해 말이면 무전기를 다시 적합성 검사를 받으러 가야죠, 이젠 자동차가 있으니 그때완 다르게 그냥 검사소까지 운전해서 가면 되겠죠, 하루 날 잡아서… 검사를 받을 때 웃으면서 ‘이 무전기는 정식으로 수입된 기기가 아니라서 몇년 있으면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하긴 하는데, 아마 그쯤 되면 더 좋은 기기를 쓰게 되겠죠, 이 기기를 다시 검사받기 보단’ 라고 했던 아저씨가 생각나네요, 아쉽게도 틀린 것 같아요, 아저씨, 아마 다시 이 무전기를 검사받게 될 것 같거든요… SW는 이 4급 무선기사에겐 너무나도 먼 이야기 같네요…

사실 이 호출부호를 계속 유지해야 할지 고민도 드네요, 어차피 호출주파수를 듣고 있어도 이 빈약한 5W 핸디의 안테나엔 아무도 잡히지 않으니까요… 자격증을 따고 호출부호를 받고 교신을 해 본게 손에 꼽힐 정도니… 이젠 CQ를 부르려고 해도 어색하고 뭐라고 해야할 지 생각을 하게 되어요… 어차피 PTT 키를 누르지도 않을 것, 뭐하러 준공검사를 받고 호출부호를 유지하나요…

SW를 듣는거엔 관심이 많아요, SWL을 하면서 인도에 있는 방송국에서 QSL을 받기도 했죠… 그런데 이렇게 키를 잡지 않을거면 2/3급 자격과 비-싼 올밴드 트랜시버를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어요…

점점 줄어드는 아마추어 인구의 수와 고령화, 그리고 그들만의 리그를 보면서 그냥 이 취미는 이제 어릴때의 추억으로 남겨두는게 좋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Sn   [ + ]

4 thoughts on “아마추어 무선기사가 되고 난 후의 생각”

  1. 안녕하세여? 벨기에에 사는 교폽니다. 저도 어렸을때 동경하던 아마추어 무선을 40대가 되어서야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주에 시험쳐서 합격하고 ON3 자격증을 땄는데(제일 낮은 레벨), 아파트 살면서 핸디를 트니까 하나도 들리는게 없네요. 동네 클럽분들도 다 할아버지 연령이시고. 다만 저랑 같이 수업듣고 셤쳤던 사람들은 3-40대였으니 평균연령이 조금 내려가겠네요. 글쓴이님처럼 실망을 않하게 됐음 좋겠습니다. ㅜ.ㅠ

    1. 안녕하세요!

      주변에서 아마추어 무선을 하는 사람이 정말로 없다면 에코링크 나 DMR (+핫스팟) 같은 디지털+인터넷 모드들도 있으니까요, 관심이 있으시면 이쪽도 한번 확인 해 보세요. 둘 다 인터넷도 사용하기 때문에 전 세계의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어요.

      아파트에 살면서 안테나를 치기가 참 힘든데요, 발코니의 샷시 쪽에 안테나를 잘 안보이게 해서 치는 방법이 인터넷에 여럿 소개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이 레딧 스레드 – https://www.reddit.com/r/amateurradio/comments/4omcrh/getting_into_ham_radio_while_living_in_an/ 를 보세요) 만약 안테나를 추후에 더 좋은 것으로 사용하고 싶은데 설치할 곳이 없다면 이런 방법도 고려해 보세요.

      아마추어 무선기사가 되신 것을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2. 안녕하세요.

    우선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저는 40년가까이 햄을 해왔습니다.

    어떤 취미란것이든지 특색이 있습니다.

    햄도 마찬가지구요. 늙은이들이 많은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말로 설명하면
    아마도 하루종일 해야할듯….

    컴게임즐기는 사람에 노년층이 별로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그 어린아이가 늙으면
    노년층도 많아지겠지만요.

    아는만큼 보이는 것인데, 너무 극소의 범위만 보시고, 그것만 가지고 재미없어하시는게 너무 안타까워서 한 줄 글 남겨봅니다.

    1. 안녕하세요, 구낙수 OM님!

      우선 약간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햄이 절대로 재미가 없는 취미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단지 너무 닫혀있는 사회인 것 같아서 안타까운 거에요. (요즘 젊은이들의 표현으로는 ‘고였다’ 라고 하죠)

      무언가 취미에 흥미를 가지게 되려면 개인적으론 젊었을때부터 계속 시도해보고 발을 들이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마추어 무선은 더이상 그렇게 되기가 매우 어려운 취미 같아요.

      최근 (이라곤 해도 이제 거의 6-7년 이상 된 이야기지만) 해외에서는 매우 저가형 (CW만 되는 기종의 경우는 정말로 10만원의 수준이에요, Baofeng과 같은 성능이 다소 의심스럽지만 일단 검사 통과 자체는 가능한 트랜시버는 5만원도 하지 않죠) 의 트랜시버가 유행하고 있어요.
      SDR을 사용한 QRP에 보통 사용하는 트랜시버인데요, CW도 되지만 보이스모드도 잘 되기 때문에 산이나 공원에 가서 레그츄를 하기에 알맞은 기종이죠, 특히 근처에 지역 햄 클럽이 있다면요.
      이런 최신 기술을 도입한 저가 장비가 유행하고 있고, 새로 생기는 아마추어 무선기사들도 이런 기종을 가지고 첫 교신을 시작하게 되고, 점점 아마추어 교신에 취미를 붙이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는 (역시 이것도 6-7년 된 이야기죠, 제가 첫 자격증을 땄을 때니까요) 마찬가지로 ‘저가’ 의 무전기를 첫 자격증을 딴 사람에게 권장하고 있는데요 (HL0GHQ 자체인지 전체적으로 그런진 모르겠지만) 그 무전기 가격이 20만원 가깝게 되었던 기억이 나요 (***-9800인가 하는 모델이죠, Weierwei VEV-V17 이라는 모델 껍데기만 바꾼거…) , 앞서 언급했던 Baofeng과 비교해서 전혀 성능적으로 다를게 없지만 ‘전파 인증’ 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요.

      젊은 사람들이 취미에 유입되어야 그 취미가 계속 발전해서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초기 투자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기 때문에 젊은 사람은 전파에 관심이 있어도 쉽게 시작할 수 없는게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안테나를 치는 공간과 같은 물리적인 문제도 존재하고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연맹과 지역 햄 동호회가 이런 첫 관심 있는 사람을 끌어들여서 경험하게 해 주고 하면 (물론 아마추어 4급이 자격자 수를 많이 늘렸다는 건 부정하지 않아요) 이 초기장벽을 뛰어넘는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제가 대학교 입학했을때도 학교에 더이상 햄 동아리 같은건 존재하지 않더라고요. 지역 햄 동호회는 광고도 안 하고 하는데 어디있는지 알 수도 없고요, 연맹이나 지역본부는 젊은 사람이 와서 자격증 따는걸 신기하게 보긴 하지만 그리 젊은 사람들을 데리고 무언가를 하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 걸로 보여요. 그냥 원래 하시던 분들끼리 행사를 가고, 사진을 찍고 하는걸로 보이지.

      단지 이런 점이 안타깝고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서 안타까워서 이런 글을 썼던거지, 햄이 절대로 재미가 없다거나 그런 취미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햄에 대해서 관심이 있고 자격증도 스스로 알아봐서 따러 가고, 무전기까지도 개인적으로 수입해서 직접 검사를 받으러 가는 건 재미가 있고 열정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고요.

      그런 걸 가지고 ‘재미있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라고만 설명하신다면… 그게 햄이 점점 사람이 줄어가는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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