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kai Mnkai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오늘도 이상한 물건과 이상한 주제를 가져왔습니다.

미디 (MIDI) 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이 혹시 있으신가요? 미디는 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 의 앞글자를 딴 용어입니다. 이렇게 써놓고 본다면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역시 별로 와닿지 않겠죠.

미디는 음악 신호를 기기들 사이에 전달하는 표준 규격입니다. 이러한 표준 규격을 사용해 음악이 어떻게 '재생되어야 할 지' 에 대한 (쉽게 생각하면, 악보인거죠) 정보를 담고 있는 음악 파일이 미디 음악 파일 (.mid) 인거죠.

사실은 이 글을 쓰면서 약 두 문단 정도의 컴퓨터 음악의 발전과정과 미디가 생기게 된 과정에 대해 다룬, 둘이 보다가 한명이 약간 출출해서 마라 샹궈를 시켜 먹고, 뒷정리를 하고 집에 먼저 돌아가도 모를 만큼 매우 흥미로운 글을 썼지만, 공간이 부족하므로 그냥 올리지 않고 지우기로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흥미가 있으시다면 그냥 나무위키를 보세요. 절대로 제가 설명을 쓰기 귀찮아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미디 표준으로 만든 음악은 단순히 '악보' 이기 때문에, 재생하는 기기마다 다른 소리가 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도의 미디를 지원하는 고급 사운드 모듈이 없고 윈도우 내장 사운드폰트를 사용했기 때문에 상당히 저렴한 소리로 미디 형식의 음악을 듣게 되었겠죠. 저도 마찬가지로 윈도우와 사운드카드에 내장된 음원으로 미디 음악을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그 묘하게 저렴한 소리가 게임이랑 잘 어울려서 머릿속에 인상깊게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미디로 음악을 재생했던 그 시절 게임들

한때 이 미디 라는 것이 컴퓨터에서 작곡하는 것과 동의어이던 시절엔 당연하게도 각종 게임의 음악들도 다 미디로 재생되었습니다. 제가 그 당시에 했던 게임들의 배경음악도 꽤 많이 미디로 재생되었고요. 전 그렇게까지 나이가 든 편은 아니기 때문에 그 당시에 PCM이 아닌 미디로 배경음악을 재생하는 것은 약간은 저예산이라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잘 만든 음악들은 지금 들어봐도 명곡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게임에서 나오는 음악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좋은 음질로 들을 수 있을까... 하다가 소프트웨어 신디사이저를 설치해서 내장 사운드폰트보다는 조금 더 좋은 소리로 게임 배경음악을 틀고 "와!" 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신디사이저와 하드웨어 신디사이저

그 당시 제가 설치해 사용하던 소프트웨어 신디사이저는 실제로 존재하는 하드웨어 신디사이저 (정확히는 하드웨어로 된 사운드모듈, 사운드 캔버스라거나...) 의 소리를 흉내낸 프로그램이 꽤 많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예산 등 각종 문제로 실제 사운드모듈을 구매 할 수 없었으나, 최근 일본 옥션에서 매우 매력적인 가격에 사운드 캔버스는 아니지만 그래도 Roland 에서 나온 미디 음악 플레이어를 현상품 (...혹은 정크품, as-is 상태의 출품건) 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망가져서 실제로 동작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고, 무게와 부피도 상당했으나 전 Roland의 내구성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정답이었죠.

이 기기에 대해서 다룬 유튜브 영상이 있더라고요. 제가 꽤 유튜브에서 자주 보는 영국 아저씨입니다. 중간쯤에 나오는 Daft Punk 의 Get Lucky 가라오케가 핵심입니다. 괜찮다면 한번 감상해보세요.

플로피 디스크?

지금 관점에서 본다면 플로피 디스크라는 약간 시대착오적인 물건이 달려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현역으로 쓰이던 물건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지금 이 물건을 실제로 사용하려면 플로피 디스크는 실제로 사용하기엔 좀 어려운 물건이기 때문에 저는 이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지는 않고 약간의 개조를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USB 포트가 달린 플로피 에뮬레이션 드라이브로 바꿔버리는 거죠. MT-80s 의 서비스 메뉴얼이 있다면 정말로 하기 쉬운 작업이니 개인적으로는 추천합니다. 물론 그 시절의 향수를 느끼고 싶으신 분이라면 그냥 USB로 된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랑 플로피 디스크를 한두장 정도 사서 공테이프의 나만의 믹스테이프를 만드는 느낌으로 플로피 디스크 미디 앨범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플로피 디스크 읽는 소리의 향수는 덤으로 따라오죠.

이 물건은 원래는 뭐에 쓰는 물건일까

저는 이 물건을 그냥 매우 크고 무거운 미디 게임음악 재생기로 쓰고 있지만, 실제로 이 물건은 악기를 배울 때 쓰는 목적으로 만든 물건이었습니다. 모델명부터가 MT (Music Tutor) 로 시작하죠. 그래서 전면 패널에 일부 악기를 켜고 끄거나 조옮김하거나, 템포를 변경하거나, 일부 구간만 반복하는 기능이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건 살만한 제품일까요

아니요! 일반인의 상식으로 생각하자면 그냥 컴퓨터에 소프트웨어 신디사이저를 설치해 쓰시는게 100배 이상 더 낫습니다. 아니, 그냥 PCM으로 녹음된 파일을 들으세요. 하지만 저처럼 미디 음악에 대한 향수가 있으신 분이라면, 그리고 소프트웨어로 돌아가는 무언가보다 실제로 하드웨어로 무언가 돌아가는 것을 좋아하고 90년대의 크고 무거운 덩어리를 좋아하고 수집하시는 분이라면 한번쯤 구매하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론 점점 더 구하기 어려워질 테니까요. 전 그런 마음으로 사운드 캔버스도 계속 알아보곤 있습니다만, 생각보다 저렴하게 구하기 쉽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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