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kai Mnkai

최근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를 하고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모두 있지만, 다소 좋지 않은 점은 제 집에서 공청 안테나를 통한 방송이 수신되지 않는다는 점일 것입니다.

방에 있는 공청안테나 단자에 동축 케이블을 연결하고 나서 KBS 1TV 만 매우 간신히 (그나마도 끊기면서) 수신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잠시동안 고민을 했습니다.

과연 내가 살고 있는 집이 공청안테나를 의무적으로 유지보수 해야 하는 시설에 들어갈까

만약 들어간다고 쳐도, 이런거에 별로 경험이 없으실 것이 뻔한 관리실에다가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 아저씨가 알아들을까

그런데 공청 안테나가 뭐가 어떻게 되었길래 이렇게 방송이 하나만 수신되는걸까, 사실 내가 사는 지역이 엄청나게 전파 상태가 안좋은 지역이기라도 한걸까

사실 TV를 보는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전 어차피 TV를 거의 보지 않거든요. 그냥 집에 있을 때 집안일을 하면서 뭔가 소리가 빌때 대충 틀어둘 라디오와 같은 무언가가 필요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사실 TV가 필요하진 않습니다만, '도대체 왜 TV가 나오지 않는것일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흔한 공학자의 호기심이 발동되었을 뿐입니다.

TV가 도대체 어디에서 송신하고 어떤 출력으로 송신하길래, 이렇게 신호가 안 좋은걸까

공청안테나 라고 해도 사실 정말로 별것이 아니죠. 그냥 건물 옥상에 대충 야기-우다 안테나를 올려두고, 잘 조준하고, 그 아래에 증폭기를 물리고, 그 다음 동축 케이블 분배기 / 임피던스 매칭을 거쳐서 각 세대로 분리될 뿐입니다. 그걸 어떻게 잘 하는지가 노하우의 핵심이 되겠죠. 자세한 내용은 제가 방송설비 관련 엔지니어가 아니므로 생략합니다.

우선 왜 수신이 안 되는지를 알아보려면, 일단 외부에서 전파가 어떤 세기로 오는지 한번 살펴보는게 유용하겠죠. 그래서 매우 유용한 사이트를 발견해서 한번 제 위치를 입력하고 근처 송신소에서 어떤 주파수로 신호를 보내는지 한번 살펴보았습니다.

평범하게도 UHF 대역이었고, 제가 가지고 있는 SDR로도 수신해볼 수 있는 주파수였기 때문에 적당히 SDR을 꺼내서 신호가 얼마나 강하게 들어오는지 한번 보기로 했습니다.

어... SDR 이 수신할 수 있는 다이내믹 레인지를 넘어서 강력한 신호가 들어옵니다. 제 집에서 송신소와의 거리가 수 킬로미터밖에 안 되기도 하고,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저 멀리 직접 송신소가 눈으로 보이는 정도이기 때문에 신호가 매우 강력하네요. 제 손에 있는 핸디 무전기에서도 엄청난 굉음과 함께 S미터가 거의 피크를 찍으려고 합니다. 이 시점에서 전 확신했습니다.

아, 그냥 내가 사는 건물 공청 안테나가 동축 케이블에 연결된 쇠 젓가락보다도 못하구나...

범인은 바로 공청 안테나

범인이 공청 안테나라는 것을 안 뒤 재빠르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너무 더웠기 때문입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생각해본 결과 관리실에 가서 공청 안테나를 고쳐달라는 말은 그냥 하지 않고 직접 공중파를 수신해보는게 더 재미있을 것 같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이제 남은것은 안테나겠죠. 신호가 매우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사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쇠 젓가락만 연결하면 채널이 한두개는 잡힐 정도이긴 했지만, 미관상의 이유로 그냥 평범하게 제일 싼 몇천원짜리 기성품 안테나를 사서 연결하기로 했습니다.

강전계 지역의 고층에서 안테나를 직접 만드실 분이라면 동축 케이블 단자와 적절한 엘리먼트 (옷걸이라거나, 막선이라거나, 혹은 적절한 길이로 자른 알루미늄 호일이라거나, 장난삼아서 정말로 쇠 젓가락이라거나) 를 연결하고 TV에 연결하신 뒤 햇빛이 드는 위치에 실내에 대충 두시면 아마 방송이 잘 나올 것입니다. 약전계 지역이거나 저층이라면 그냥 제대로 된 야기-우다 실외용 안테나를 사세요.

그래도 TV 위쪽에 안테나와 검정색 선이 보여서 그렇게 깔끔하지 않은 것은 안 비밀입니다.

결과는?

실내에 안테나를 설치했는데도 당연하다는듯이 엄청나게 잘 나옵니다. UHD TV를 사고 지금까지 늘 지역 케이블을 통해 1080i 방송만 봤었는데 이제 드디어 2160p 방송을 보게 되었네요.

물론 대부분의 방송이 실제로는 아직까지도 1080p인것은 함정입니다. 심지어 뉴스조차도 아직 UHD 편성이 아닙니다. 올림픽, 월드컵 등 큰 스포츠 경기나 드라마 한두개 정도만 UHD이지만 전 드라마를 보지 않죠.

뭐, 언젠간 UHD 편성이 더 늘어나겠죠. 이왕 TV가 잘 나오게 되었으니 일요일 오후 분위기를 낼 겸 전국 노래자랑 본방사수를 해야겠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대충 틀어놓기엔 이거만한게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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