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kai Mnkai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오늘도 이상한 것을 하고 있는 미노리 입니다.

이 사람이 하다가 하다가 이제 스피커까지 만들고 있구나 싶겠지만 좀 전후 사정을 들어보시면 제가 왜 갑자기 이러고 있는지 조금 더 이해가 되실 수 있습니다. 저도 보통은 당연하게도 기성품 스피커를 사서 쓰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스피커를 만들고 있는가... 하면

왜 스피커를 만들고 있을까

때는 지난 4월 16일, 전 모 유튜버의 구독자 --명 무료나눔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었습니다. 네, 그 국장님 맞습니다.

무료 나눔 이벤트다 보니 평소보다도 시청자 수가 더 많았고, 쉬운 문제들은 대부분 정말 순식간에 답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후반부에 그나마 좀 생각할 시간이 있을 문제들을 노려보자! 하고 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경쟁이 치열하더라고요.

시간이 점점 더 지나 이제 정말로 경품이 몇개 남지 않았을 때가 되었습니다.

난이도 20/10
아마추어무선 영역
문제19 - FOCAL SPEAKER 1set IFR165-2

아, 이젠 정말로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하는 때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과연 무슨 문제가 나올까 하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R: 아 잠깐만, 이건 좀 준비를 해야 돼. 요건 난이도가 20입니다. 20. 20이면은 제가 작정하고 아시는 분 드릴려고 준비한 문제에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이거 준비 좀 해야 해요.

...?

그러네요, 정말 난이도가 20입니다. 제가 (재)개국을 한지는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지만 장파부터 극초단파까지 나름대로 무선 관련 취미를 가진지 10년, 이정도면 뭔 문제가 나와도 어떻게든 비벼볼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린지 약 15초 정도... 국장님이 갑자기 휴대전화를 마이크에 가져다가 대시는게 아니겠습니까.

R 국장님 휴대전화: .... .- -. -.. ... --- -- . (REDACTED)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순간적으로 벙 쪘습니다. 어... 어... CW다.

지난 무선 관련 취미를 한지 약 10년동안 내가 왜 모스부호를 제대로 안 배웠나 하는 후회감이 들었죠. 들을 일이 하도 많으니 들리는 건 제대로 들리는데 해석이 몇글자 빼곤 안 되니까요. S,O,C,Q 는 감각적으로 확실히 알겠는데 말이죠.

우선 침착하게 종이에다가 받아적고 나서, 인터넷으로 모스부호 표를 검색해서 보면서 옆에 하나하나 적으면서 풀었습니다. 그렇게 적고 나니...

.... h
.- a
-. n
-.. d
... s
--- o
-- m
. e

(REDACTED)

...?

어... 내가 혹시 잘못 들었나... 하지만 진짜 저거 맞는데...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에 재빠르게 채팅창에다가 일단 적고 나서 누가 그 전에 적은 사람이 있는지 봐야겠다 싶었습니다.

제가 맨 처음이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어쩌다 보니 그 겁나 어려운 문제의 상품이었던 포칼 IFR165-2 한세트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며칠 후 스피커를 담은 택배를 선불로 저에게 직접 보내주셨더라고요. 이 자리를 빌어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우체국 직원이 유튜브 닉네임을 잘못 알아들어서 전산 조회상으로는 더 푸근한 이름으로 바뀐 건 안 비밀입니다.

...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생겼으면 뭔가 써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선 박스를 까보자

이 자리를 빌어서 고백합니다. 사실 택배 받고 나서 지금 (이 글을 쓰는 2022-07-05) 까지 거의 3개월동안 다른 취미들에 밀려서 박스도 한번도 안 까 봤습니다. 그냥 받은 그대로 놔뒀었습니다.

이번에 이사하면서 회사에 휴가를 한 2주 냈기 때문에 그 동안 한번 알차게 취미생활을 해 보자 하는 마음에 박스를 열게 되었습니다. 사실 어떻게 할지 막막했던것도 있긴 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아래에 조금 더 자세하게 적겠습니다.

우선 박스를 까 보고 나니... 둥근건 스피커고, 네모난건 골판지입니다. 정말로 생 스피커 유닛만 들어있고 배선은 카오디오 앰프에 물릴 수 있는 커넥터랑 리벳 몇개만 있더라고요.

전 르노차 카오디오에 물리는 배선의 커넥터가 없기 때문에, 그리고 르노차를 근 시일내에 구매할 예정이 없기 때문에 르노차용 커넥터는 가위로 과감하게 날려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깨달았죠. 내가 이사 준비하면서 기존에 구석에 꿍쳐놨던 막선들을 다 버려버렸구나...

네가 알던 막선은 진짜 막선이 아니다, 진정한 막선을 보여주마

DIY 같은걸 많이 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실겁니다. 내가 부품을 못 버리는게 아닙니다. 안 버리는거지. 다 두면 언젠간 쓸 곳이 있습니다. 언젠간.

그런데 이게 참 이상한 것 같습니다. 잘 보관해둔 자재들은 1년이 지나도 5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절대로 절대로! 안 쓰는데, 대충 많을 것 같아서, 안 쓸 것 같아서 버려버린 것들은 왜 몇개월 지나서 그걸 쓸 일이 꼭 생기는걸까요.

오디오용 막선도 이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오디오용 선을... 사실 며칠 전만 해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몇년 전 집에 5.1채널 홈시어터를 설치했을 때 거실 뒷면 단자를 만드느라고 + 이것저것 인테리어도 겸사겸사 하면서 인테리어 업체에 사다주고 난 뒤 남은 선이 있었거든요. 제가 지금 집에서 5.1채널 홈시어터를 설치하는 그 순간 바로 옆집과 아랫집에서 광속으로 제 집 문 앞으로 날아와 문을 두드릴게 뻔하기 때문에 그냥 생각없이 버렸는데, 이럴때 또 쓸 곳이 생길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버려버렸는데 어쩌겠습니까, 뭔가 방법을 찾아야지. 상자를 깐 지금 뭔가 하지 않으면 이 추진력을 잃고 스피커가 다시 박스 안으로 들어가서 몇개월 이상 잠 잘 것이 뻔하기 때문에 뭔가 좋은 방법을 떠올려야 했습니다. 그때 며칠 전 인터넷 설치 기사님이 인터넷 설치하시면서 가져왔다가 버리고 가신, 처치가 곤란한 집 구석에 있는 Cat 5e 랜 케이블 뭉텅이가 눈에 보였습니다.

이걸 보고 생각했습니다.

Cat 5e 이더넷 케이블은 분명 1 기가비트 속도로 근거리에서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할 수 있는 매우 좋은 특성의 케이블이지, 그렇지?

그렇게 좋은 케이블을 고작 1미터 떨어져 있는 스피커에 아날로그 신호 입력할 때 쓰지 못할 이유가 없잖아.

그러니까 그걸 쓰자.

그래서 그걸 썼습니다. 이더넷 케이블은 UTPUnshielded Twisted Pair 케이블이기 때문에 일단 Twisted Pair 를 더이상 꼬여있지 않게 만들어 준 뒤, 흰색 줄무늬 선을 하나로 모아서 꼰 뒤 납을 먹이고, 나머지 줄무늬가 아닌 선들을 하나로 모아서 꼰 뒤 납을 먹여서 + 와 - 를 나름대로 만들어 줬습니다. 맨 끝이 아닌 중간쪽에서는 여전히 꼬인 쌍이기 때문에 그리 좋은 특성은 아니겠지만 거리가 짧으니 그냥 무시하고 씁시다. 어차피 문제가 있으면 바꾸면 되니까요.

케이블을 적당히 만들고 나서 통전 시험을 해 보고, 쇼트가 나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맨 끝에서 끝까지 저항이 거의 없게 나오는 걸 확인하고 수축튜브를 사용해 (비교적) 제 나름대로는 깔끔하게 선을 스피커랑 납땜해서 이어줬습니다. 마찬가지로 구조적 강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케이블에 납을 듬뿍 먹여줬습니다.

최종적으로 스피커를 멀티미터에 물리니 스피커 유닛 사양표대로 4옴이 잘 나오네요. 좋습니다, 망가지지 않았어요.

이제부터 시작

물론 여기까지만 해도 클래스 D 앰프에 적당히 물려서 쓰면 소리가 잘 나올겁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시작인 이유가 있죠. 스피커 유닛만 가지고 소리를 내면 스피커 통은 과연 왜 존재할까요. 기타도 줄만 가지고 소리가 난다면 기타 뒤의 통은 왜 존재할까요. 인테리어 용도?

스피커 유닛만 가지고 소리를 낸다면 저음이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나오긴 하지만 매우 작게 느껴지겠죠. 이 작은 저음을 어떻게든 해서 평범한 크기로 만들어주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 설계 방법에는 아주 여러가지의 방법이 존재하겠죠. 평범한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부터 시작해서 패시브 라디에이터라거나, 혼 스피커라거나...

문제는, 전 그쪽은 전혀 할 줄 모릅니다. 아하하

그래서 지금 이 포칼 스피커 유닛들은 제 뒤에서 저음은 하나도 없이 고음만 뿜뿜 뿜어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스피커 박스와 비슷한 형태의 무언가의 앞으로 가져다가 놓으면 (적절한 설계가 아니니 당연하지만) 벙벙 울리는 저음이 좀 나오는데 말이죠.

이걸 이제 어떻게 해야 하려나요. 목공방 의뢰? 우드락?

좋은 방법 추천받습니다. 이메일이나 덧글로 많이많이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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