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음악을 좋아합니다. 음악을 연주하는 쪽도 물론 좋아하긴 합니다만, 전 창의력을 요하는 능력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한계가 좀 있는 편이기 때문에 대신 음악을 감상하는 쪽을 좋아합니다.
흔히 사람들이 오디오파일 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가지는 편견인 매우 비싼 장비를 사는 것들과는 달리 절대로 음악 장비를 따지는 편은 아니고, 저렴한 중국산 DAPHiby R5에 저렴한 이어폰Weston UM Pro 50을 가지고 음악을 감상하는 편입니다.
물론 이 조합으로 음악을 듣는것도 매우 즐겁지만, 집에서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쓰지 않고 편하게 음악을 듣고 싶을 때가 많기 때문에 집에서는 주로 저렴한 국산 브랜드 스피커JBL 104를 사용해서 음악을 들어왔는데요. 이 스피커를 사용하려면 매번 컴퓨터를 켜야 하기 때문에 꽤나 귀찮아서 잘 안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평상시에 제가 쓰는 저렴한 TVSamsung Q90A에서 제가 사용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뮤직 앱을 켜놓고, 적당히 그날그날 충동적으로 앨범을 골라서 틀어놓곤 합니다.
하지만 TV 스피커는 대부분 잘 아시듯이... 소리가 참 저렴하죠. 저렴한 TV에 달린 스피커이므로 더욱 더 저렴한 소리가 나는 것이 정말로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하면 좀 개선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앰프?
당연하게도 정석적인 개선 방법은 적절한 앰프와 적절한 스피커 세트를 사서 배치하고, TV 라인아웃 (혹은 광단자) 과 오디오를 AUX로 잇는 것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렇게 한다면 무려 TV의 음량과 오디오의 음량이 더이상 연동되지 않게 됩니다. 지금이 90년대라면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이미 eARC 라는 기술이 표준이 된 2022년이 되었으므로, 그리고 이미 너무 책상에 리모컨이 많고, 물리적으로 스피커를 배치할 공간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진 않기로 했습니다.
광단자로 연결했을 경우 발생하는 100ms 가 넘는 지연도 한몫 했습니다.
사운드바
그러면 남는 것은 사운드바겠죠. 사실 사운드바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선택은 많기 때문에 아래의 기준으로 고르게 되었습니다.
- 음질
- 연동성
- 가격
음질... 보다는 사실 제 취향의 음색이 되어버리겠죠. 이 부분에서 사실 고를 브랜드는 매우 많습니다만, 한국에 정식으로 판매되는 제품에서 고르려면 사실 그렇게까지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습니다. 전 애플과 소니 제품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므로 가능하면 소니 사운드바라거나, 혹은 착색이 좀 있긴 해도 재미있고 풍부한 저음을 즐기기 위해 보스 제품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한쪽은 한국에서 정식으로 판매되고 있지 않았고 한쪽은 너무 비쌌습니다. 애플은 사운드바를 만들지 않죠.
나머지 연동성과 가격을 생각해 보았을 때, 결국 고를 수 있는 브랜드는 제 TV의 제조사인 Samsung 뿐이었습니다.
전 가상 서라운드 라는 것을 그다지 믿는 편이 아니고, 물리적인 한계를 소프트웨어의 힘으로 뛰어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에 Atmos 와 같은 입체음향 규격의 경우는 애초부터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사운드바 크기에서 물리적으로 Atmos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겁나게 비싸지거든요.
제가 평상시에 소비하는 컨텐츠가 대부분 다채널 규격이 아닌 2채널인 점을 감안했을 때, 2.1 채널 혹은 조금 더 나아가서 영화를 볼 때 센터 채널을 사용할 수 있도록 3.1 채널 정도면 딱 적당하겠다는 타겟을 잡고 제품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삼성 Q 시리즈 사운드바 중에서 600 라인업의 모델이 눈에 띄더라고요. 3.1.2 채널 (좌우 2채널 + 센터 1채널 + 우퍼 + 업파이어링 스피커 두개) 구성에 가격이 20만원이 약간 넘었습니다. 이게 원래 이렇게 쌀 모델이 아니지만, 600시리즈 모델은 비싼 TV에 끼워서 덤핑으로 팔리기 때문에 좀 싸다고 하더라고요. 20만원에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이 모델로 주문했습니다.
후기
디자인
원래 제 짝으로 맞춰 나온 것 처럼 제 TV와 적당히 맞는 크기에 어울리는 디자인이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원래 제 짝이기 때문이죠. Q600 시리즈 사운드바는 Q 시리즈 TV에 쓰라고 나온 모델이거든요.
그 덕분에 리모컨 디자인도 동일합니다. 좋다면 좋다고 볼 수 있고 나쁘다면 나쁜 부분인게, 전 지금도 제가 무심코 적당히 잡은 리모컨이 TV 리모컨인지 사운드바 리모컨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평상시에 사운드바 리모컨은 사실 쓸 일이 없기 때문에, 사운드바 리모컨은 대충 치워놓게 되었습니다.
음질과 음색
전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V자 음색일거라고 기대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그럭저럭 평범하게 플랫을 지향하는 음색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충 귀로 듣기엔 살짝 저음이 과다하게 울리는 소리였기 때문에 서브우퍼를 -3 정도 죽였습니다. 서브우퍼 레벨을 더 내리지 않고 우퍼 아래에 댐핑용 매트를 깔면 조금 더 나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음질 자체는 20만원짜리 치고는 매우 훌륭했습니다만, 뽑기의 문제인지 귀를 사운드바 가깝게 대면 (...정말로 가깝게 듣고 있으면) 미세하게 고주파음이 들렸습니다. 뽑기일지도 모르고 종특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전혀 신경쓰일 정도는 아닙니다.
사운드바가 조금 길기 때문에 스테레오 분리도 매우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사용성
eARC를 지원하는 만큼 당연하게도 TV에서 사운드바 볼륨 연동과 더불어, 같은 제조사의 기기라서 그런지 각종 사운드바 설정도 마찬가지로 TV에서 연동이 됩니다.
Q심포니 라고 하는 TV 스피커와 사운드바를 동시에 사용하는 모드가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모드를 활성화 시키면 10-20ms 정도 수준의 딜레이가 리버브처럼 느껴지는 느낌이라서 그냥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굳이 삼성것을 고르지 말걸 그랬나봅니다.
영상-사운드 자체의 싱크는 양호한 편이며, 그렇게까지 많이 느껴지지 않는것을 보면 지연이 약 100ms 이하인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하게도 전문 측정 결과는 아니고 그냥 제 귀로 들었을 때 결과이므로 실제 결과는 인터넷에 더 많은 각종 전문 리뷰어를 참조해주세요.
Atmos
이 사운드바는 Atmos, DTS를 지원하기야 합니다. 개인적인 감상은... 소리가 조금 더 공간감이 있어진다 정도입니다. 아마 이 차이는 실제로 사운드바 자체의 업파이어링 채널을 통해서 공간감을 만드는 것이라기 보다는 단순히 오디오 믹싱 방향의 차이일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하게도 눈을 감고 열심히 상상을 하면서 돌비의 Atmos 데모 영상을 틀어도 사운드바에서 Dolby Atmos 라는 표시 빼고는 그다지 내 머리 위에서 헬리콥터가 날아간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으므로 이쪽을 기대한다면 20만원보다는 더 써서 7.1.2 채널 이상의 룸 보정 기능을 가진 사운드바를 구매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전 이쪽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으므로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요. 이 사운드바에 달린 업파이어링 채널은 기믹입니다!
총평은요
20만원이라는 가격에 대만족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사운드바입니다. 의외로 이 가격에 들을만한 소리가 나옵니다.
물론 이 금액을 가지고 앰프 + 스피커를 구매한다면 사실 더 좋은 음질과 더 마음에 드는 음색을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역시 사운드바라는 건 음질보다는 TV와의 연동에서 나오는 편의성 아니겠습니까.
저같이 맨날 유튜브만 보고 그냥 적당히 음악을 틀어놓는 용도라면 이 정도로도 음악을 즐기기에는 충분합니다. 다만 다채널 음향에 관심이 있으시고 이게 아니라면 정말로 안된다! 하시는 분들은 그냥 100만원 이상 예산을 잡으시고 소니 사운드바를 직구로 수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