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kai Mnkai

드디어, 주문했던 ATU-10 오토 튜너가 도착했습니다. 👏👏👏

유감스럽게도 전 단파 - 50MHz 에 매칭되는 안테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이 튜너는 단파 - 50MHz 까지만 튜닝을 지원합니다.

수중에 튜너가 생겼기 때문에 저는 조금 더 용감한 느낌이 되었고, 그래서 한번 용기를 내어 제가 가지고 있는 그나마...좀 긴 안테나인, 이제는 너무 자주 등장하는 것 같은 듀얼밴드 휩 안테나의 50MHz 에서의 성능을 측정해 보았습니다.

...네, SWR은 10이 넘어가고, 150옴이 넘어갑니다. 이건 확실히 안됩니다.

하지만 주문한 튜너가 정상인지 아니면 DOA (Dead On Arrival - 도착하자마자 죽은 불량품) 인지는 적어도 구분해봐야겠죠. 그래서 제 송수신기의 보호 회로를 살짝 믿고 짧게 키를 잡아서 튜닝을 시켜봤습니다. 튜너에서 열심히 2-3초간 릴레이가 동작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SWR이 예전에는 송수신기에서 무한대로 표시되었지만 (아마도 대충 10 넘어서는 그렇게 표시하는 거겠죠) 이제는 적어도 무한대는 아닌 무언가의 수치로 표시됩니다. 튜너에서는 8.3 이 나오네요.

확실히 나아지긴 했지만, 역시 이걸로는 제대로 튜닝이 되는지를 테스트 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눈에 보이는 불량이 있는지 보기 위해 따보았습니다.

어... 전 전자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가 아니기 때문에 아마도 일단은 뭔가 떨어져서 돌아다니는 부품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매우 많은 반도체 릴레이와 리튬 전지 2개가 인상깊습니다. 이 배터리는 과연 보호 회로가 있긴 한걸까요. 충전 제어 IC는 과연 그럭저럭 괜찮은 제품인걸까요... 인덕터에서 코일 와인이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인지 투명한 에폭시 같은 것이 뿌려져 있는 게 보입니다.

역시 잘 모르겠습니다. 전자공학은 제 분야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라면 역시 부품이 제대로 동작하는지 (릴레이가 잘 래칭되는지) 를 점검하는 펌웨어를 올려서 테스트 해 보는 방법밖에 없는거겠죠.

테스트 펌웨어

다행스럽게도 ATU-10 은 테스트용 펌웨어가 이미 존재합니다. 오픈 소스 프로젝트가 이런 곳에서 좋죠. 펌웨어 소스 저장소relay test 펌웨어가 이미 있습니다. 이제 이 튜너에 어떻게 펌웨어를 올릴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일반적인 펌웨어로 돌아올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되겠죠.

과연 이 릴레이 테스트용 펌웨어를 올렸을 때 일반적인 (편하게 만들어 둔 펌웨어 업데이트) 방법으로 원래 펌웨어로 돌아올 수 있을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테스트 펌웨어에 소스코드 업데이트 관련 기능이 구현되어 있는지 소스코드를 봐야 하나, 아니면 역공학 분석을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문서를 뒤지던 찰나에 아래의 글을 발견했습니다.

The main microprocessor of the tuner is PIC16F18877, another PIC16F1454 processor is used as an embedded programmer. It should be flashed once using the programmer with a special firmware, after which it will be possible to change the main firmware of the tuner as many times as necessary without resorting to special means.

PIC16F18877 프로세서에서 구동되는 펌웨어 외에도 PIC16F1454 프로세서에서 구동되는 펌웨어가 있고, 정황상 저 두번째 프로세서에서 구동되는 펌웨어는 일종의 Recovery Bootloader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릴레이 테스트 펌웨어를 올리던, 아니면 다른 펌웨어를 올리다가 맛이 가던 귀찮게 기판에 있는 테스트용 패드에 st-link 등의 인터페이스를 연결하지 않고도 펌웨어를 복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겠죠.

여기까지 보고 어느정도 안 귀찮게 테스트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전 나름대로 자신 있게 릴레이 테스트 펌웨어를 제 튜너에 플래싱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못 돌아오게 된다면... 이 보드의 디버깅 인터페이스에 대해서 찾아보진 않았지만 전자공학과 펌웨어 역공학에 관심이 많은 제 친구의 집에 놀러가면 아마 분명 뭔가 연결 가능한 인터페이스가 하나쯤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여담이지만 ARM 임베디드 SoC가 아니라 생짜 8비트 마이크로 컨트롤러라니 요즘 만들어지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치곤 매우 독특하네요. 가격이 너무 올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냥 만든 사람이 이런 구형 칩셋을 쓰는 것에 더 익숙한건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튜닝을 하는 정도의 알고리즘이라면 STM32, ESP32 같은 것들은 지나치게 고성능이긴 하죠.

플래싱

ATU-10 의 펌웨어 플래싱은 정말로 어렵지 않습니다. 컴퓨터에 USB로 연결하면 3.5인치 플로피 디스크 용량의 디스크가 하나 생깁니다. 그 디스크 안에 내려받은 펌웨어 파일을 넣고 디스크를 추출하면 됩니다.

잘 추출하고 USB 케이블을 뽑으면 튜너 안쪽에서 뭔가 빛이 살짝 보입니다. 아마도 보조 프로세서가 메인 프로세서 펌웨어 플래싱을 실제로 시작한 걸까요?

그리고... 10분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망한걸까요?

침착하게 다시 한번 해 보았습니다. 머릿속에 왠지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죠. 분명 이 플래셔는 맥에서 Finder 에서 파일을 붙여넣을 때 생기는 . 으로 시작하는 파일때문에 헷갈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침착하게 터미널을 열고 정확하게 펌웨어 파일만 딱 이동해서 USB 저장장치로 옮겼습니다.

튜너 본체의 OLED에 RELAY TEST 문자가 표시되니 기뻤습니다.

테스트

화면 구석에 내장되어 있는 릴레이의 이름이 액정에 보였습니다. TUNE 버튼을 누를때마다 릴레이가 동작했고, 릴레이가 동작할때마다 틱 틱 소리가 잘 들렸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보드 뒷판에서 멀티미터를 이용해서 실제로 릴레이가 전환되는지도 검증하는게 좋겠지만, 전 귀찮기도 하고 실제로 이런 장치가 초기 불량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대부분은 납땜 포인트의 냉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도로 멀티미터로 통전을 테스트 하진 않았습니다. 대충 중국산 묻지마가 아닌 IM41GR 릴레이인데, 뭐 괜찮겠죠. 다행스럽게도 (인덕터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면) 일단 초기 불량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라고 하는 것처럼, 원래 펌웨어 플래싱도 역순...은 아니지만 같은 방식으로 하면 원래 펌웨어로 돌아갈 수 있겠죠. 이제 마음 편하게 50MHz - 단파 안테나를 기다리면 될 것 같습니다. 안테나가 여러개가 되는 걸 피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동축 절환기라도 하나 사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올모드는 이미 하나 있으니 그 돈에 조금 더 얹어서 50와트쯤 되는 V/U용 FM 장비를 하나 더 살까요. 고민됩니다.

번외1, 그냥 6m용 안테나를 하나 만들까

사실 튜너가 생겼기 때문에 어지간히 대충 안테나를 직접 만들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적당하게 굴러다니는 막선과 아버지의 공장 창고에 분명 아마도 있을 PVC 파이프, 용접봉 등을 모아서 플라워팟 같은 스타일의 안테나를 만들 방법이 하나쯤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번외2, 튜너를 연결한 상태로 VHF 밴드는 어떨까

스펙시트상 안될게 뻔하지만, 그래도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한번 VHF 밴드에서 튜너를 연결하고 키를 잡아봤습니다. 릴레이가 동작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SWR은 4, 출력은 대충 5와트가 나가고 있다고 하네요. 너무 오래하면 큰일날 것 같아서 수치를 보고 반사적으로 다시 PTT에서 손을 땠습니다. 과연 제 IC-705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조금은 걱정이 드는 하루입니다.
아니, 생각해보니 이건 그냥 구석에 있는 싼 중국제 핸디로 하면 되었는데 왜 비싼걸로 했지... 난 바보인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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