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kai Mnkai

들어가며

2022-01-28 (금) 저녁, 설 연휴 직전에 저녁 약속이 있어서 친구들과 같이 퇴근 후 회사 근처 마라탕집에서 훠궈를 먹고 있었습니다.

술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얼얼한 마라탕으로 인해 밥자리(?)의 분위기는 뜨거워졌습니다.
전 이래 보여도 헛소리의 달인이기 때문에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들에게 제 블로그의 홍보와

  • 아마추어 무선국의 활동 주기와 태양의 흑점 수 변동 주기의 관계
  • 혹시 'SSTV' 라고 아십니까, 얼마 전 우주에 떠 있는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이 방식으로 새해 인사를 보냈었습니다.
  • 이제 곧 봄이니까 잘 되었다, 올 여름에 생길지도 모르는 스포라딕 E층으로 5와트의 저렴한 핸디 무전기 하나만으로 혹시 일본이나 중국과 교신할 수 있을지 누가 아는가, 이번 기회에 자격증도 따고 봄 동안 예습을 좀 해 본 다음, 한번 도전해보자!

라는 주제로 영업을 빙자한 언제와 같은 헛소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남한산성 올라가는 굽이길에서 고속으로 드리프트를 하면 찌그러진 차 범퍼를 관성으로 덴트 할 수 있지 않을까, 얼마나 빨리 돌면 실제로 관성 덴트가 가능할까 와 같은 헛소리로 넘어가려는 찰나에 제 집 근처에 사시는 모 국장님으로부터의 반가운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제 휴대전화에 울렸습니다.
국장님의 동네를 차를 타고 돌면서 LoRa 전파가 어떤 식으로 수신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은 자세한 실험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너무나도 국장님의 메일이 반가웠던 나머지 그 메일을 바로 읽느라고, 애니메이션을 정말로 좋아하는 친구의 집에서 5시간 연속으로 이어지는 레뷰 스타라이트 블루레이 상영회 참가 제안을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무심코 동의해 버렸습니다. 처음엔 레뷰 스타라이트의 '레' 도 잘 모르고 친구 집에 들어갔지만, 친구 집에서 나올 때엔 조금은 스타라이트 되어져 버린 느낌이며, 근 미래에 다음에 일본에 놀러갈 기회가 언젠가 다시 온다면 왠지 도쿄 타워를 보러 가고 싶은 기분이 되었습니다.1

1. 농담입니다, 평상시에도 관심이 있던 작품이며, 처음 보았기 때문에 작품 내 용어라거나 스토리가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연출이 화려했기 때문에 정말로 인상깊게 보았습니다. 좋은 작품을 소개해 준 제 친구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실험결과

국장님의 실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 기기 두대 중 한대는 아파트 옥상에 위치한 안테나로 수신, 한대는 자동차에 위치시키고 실험.
    최대 약 3km 정도의 거리 내에서 이동하면서 메세지를 송신.
  • 근거리에서는 LoS 가 완전히 아니더라도 메세지가 전달되었지만, 근거리가 아닐때는 LoS 가 아니면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음.
  • 메세지 전달에 실패하면 그냥 그대로 실패, 나중에 다시 알아서 재전송해준다거나 하는 기능은 없거나 제대로 동작하지 않음.

제가 하려는 실험의 많은 부분을 세부적으로 진행해주셨기 때문에, 정말로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오늘 (2022-01-29) 진행한 실험은 위의 이미 알려진 사실을 다시 한번 테스트 하면서 검증하는 위주로 진행되었습니다.

국장님 기기 중 하나는 P, 하나는 M 으로 구분하겠습니다. 제 기기는 T 로 구분하겠습니다. 대화 내용은 다소 편집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실험 2, 도심지, 약 500m (위치 1)

대중교통에서 내리고 가방에서 LoRa 기기를 꺼내 안테나를 연결하고 전원을 켠 뒤 잠시 후, 휴대전화에서 앱을 켜서 연결하기도 전에 LoRa 노드에 달린 OLED 화면에 메세지가 표시되었습니다.

CQCQCQCQ

  • M (Android)

드디어 올 게 왔습니다, 실험 시작입니다.

한 손으론 아이폰, 한 손으론 안드로이드 폰, 나머지 한 손...이 없으니 아이폰을 든 손에 어떻게든 같이 LoRa 모듈을 들고 Meshtastic 앱으로 메세지를 전송했습니다.

우선 제 기기가 멀쩡하게 동작한다는 것은 알았으니, 곧바로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실험 2와 3의 중간, 도심지, 약 750m (위치 1과 2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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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 (iOS)

국장님의 나머지 기기에서 보낸 메세지도 들어옵니다. 한손으로 열심히 답장을 보냈습니다.

수신됩니다, 기본 안테나로 사용중입니다. 안드로이드고, 아이폰은 들어오질 않네요.

  • M (Android)

이상합니다... 분명 매시로 인해 한 기기에서 신호 수신이 불량해도 다른 나머지 기기에서도 문제 없이 수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는 지금도 파악하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제 기기의 설정 중 일부가 무언가 문제가 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 기기의 특정 설정을 아이폰 앱에서 메세지를 보낼 땐 무시해서 문제가 없고, 안드로이드 앱에서는 무시하지 않아서 아이폰 앱에서 제대로 수신하지 못한게 아닌가... 하는 예상이 들긴 합니다. 실제로 노드가 하는 일은 앱에서 생성한 패킷 정보를 전달하고 임시로 저장하고 있는 역할만 하기 때문입니다. 안드로이드 앱이나 아이폰 앱이나 베타 수준의 퀄리티이기 때문에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우선 통신 자체에는 여전히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계속 다음 위치로 이동했습니다. 이 지점부터 슬쩍 통신이 원할하지 않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메세지를 송신할 때 이전엔 거의 즉각 ack 이 왔지만, 이 지점부터는 종종 약 1분 후에야 도달 알림이 수신되곤 했습니다.

실험 3, 도심지, 약 1km (위치 2)

이 지점에서는 실제로 메세지가 도달하긴 했지만, ack을 제대로 수신하지 못해 제 인터페이스 상에서는 메세지 송신 실패가 표시되었지만, 실제로 카카오톡 등 별도 수단을 통해 본 스크린샷 내에서는 제 메세지가 정상적으로 수신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본 안테나 끼리의 송수신은 이 지점부터 슬슬 어려워졌습니다. 한쪽에서 보낸 신호를 받을 순 있지만 반대로 보낸 답장은 제대로 도달하지 않는 식의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 지점부터는 슬슬 제가 LoRa 노드를 들고 있는 높이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는 그냥 손을 위로 뻗고 있지 않아도 송수신이 가능했지만, 이 지점부터는 제 키 정도로 높게 들어올려야 그럭저럭 통신이 가능했습니다.

실험 3과 4의 중간, 도심지, 약 1.25km (위치 2와 3 사이)

이 지점에서는 기본 안테나의 통신이 더이상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장님이 수신하는 기기 중 하나의 안테나를 옥상에 위치한 안테나로 변경했습니다.
안테나 변경 후 다시 통신이 가능해졌고, 기본 안테나를 사용하는 나머지 기기의 경우 수 분 이상 신호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즉 이 지점부터는 기본 안테나를 사용해 통신하는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안테나가 훨씬 좋아진 상태에서 LoS에서 다소 벗어난 상태의 통신 상태가 궁금했기 때문에, 길 옆에 있는 굴다리 아래로 들어가서 통신을 시도해봤습니다. 이 지점에서 보낸 신호의 경우 제가 보낸 신호는 국장님에게 도달했지만, 반대로 국장님이 보낸 신호가 제 기기로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굴다리를 살짝 지나서 다시 하늘이 보이는 상태에서는 제 신호도 국장님에게 도달하고, 국장님의 신호가 저에게 제대로 도달했습니다.

실험 4, 도심지, 약 1.5km (위치 3)

이 지점에서는 더 좋아진 안테나로도 더이상 통신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 부근에서 이동하면서 신호의 특성을 더 관찰하고 싶었지만, 휴대전화로 메세지를 쳐야 해서 장갑을 낄 수 없었기 때문에 손이 너무 시려서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게 느껴졌습니다.
국장님이 메세지로 핸디 가져오셨냐고 하시길래 일단 감성이 앞서서 핸디와 안테나를 마음같이 빨리 움직이질 않는 손으로 조립하고 나서 미리 상의된 주파수에서 국장님을 한번 호출해 보았지만, 이성이 저를 말리면서 이러다간 정말로 내일은 끙끙 앓을거다... 라고 저에게 속삭이더군요. 그래서 정말로 죄송하게도 오늘은 너무 추워서 이제 실험을 그만해야 하겠다는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이 블로그를 보시는 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에겐 정말로 죄송스럽지만, 확실히 요즘은 정말로 몸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번외 실험, 도심지, 약 1.75km

버스를 기다리면서 국장님에게 마지막으로 파이널 인사를 보내봤습니다. 마찬가지로 메세지가 제대로 도달하지 않은게 아쉬웠습니다. 이 지점부터는 노드가 마지막으로 응답한 시간이 제대로 갱신되지 않았고, 정말로 교신이 불가능했습니다.

결론, 그리고 더 알아보고 싶은 것들

  1. 소출력 기기들은 역시 안테나가 높고 이득이 좋을수록 정말로 큰 덕을 보는 것 같습니다. 만약 산 정상에 LoRa 노드를 들고 간다면 아마도 최대의 성능을 - 10km 이상... - 뽑아낼 수 있겠죠. 반면 도심지에서, 그리고 보행자 정도의 낮은 높이에서 성능이 좋지 않은 안테나로는 실제로 거의 1km 정도가 고작이었습니다. 야망과 희망이 넘치던 첫번째 실험에서 QTH 끼리 통신이 되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정말로 당연했던 것 같습니다.

  2. 안드로이드 - 아이폰 간 메세지 호환성에 대한 문제를 아직 충분히 테스트 하지 못했습니다. 단 국장님의 기기 (안드로이드 - 아이폰) 사이에서는 무리 없이 동작하는 것으로 보아, 이것은 아마도 제 기기의 설정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3. 특정 기기는 메세지를 수신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기기는 제대로 메세지를 수신할 수 없는 일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매시 네트워크의 특성상 이런 일은 일어나면 안될텐데 말이죠... 국장님이 가지고 있는 기기끼리 직접 교신이 가능하지 않은 환경이 아니었다면, 실제로는 아직 Meshtastic 에서 매시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거나, 노드 사이의 전달 과정에서 메세지가 최대 hop 수 제한으로 인해 유실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디버그 메뉴를 보니 통신이 더이상 원활하지 않던 상황에서는 어떻게 간신히 수신된 패킷의 남아있던 hop 수가 처음 실험 시작 시의 3 정도가 아닌 0 이 되어있었거든요.

  4. 정말로 직진성이 강한 전파 특성을 가지고 있는 주파수이기 때문에, 도심에서 정말로 직진인 환경에서는 기본 안테나로 얼마나 전파가 멀리 도달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또 고이득 + 고지향성 안테나를 사용했을 때엔 서로 얼마나 먼 거리까지 통신이 가능할지 정말로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번 실험을 마치며...

  1. 다음에 또 실험을 한다면... 일단 내일은 확실히 아니고 적어도 날이 조금 더 따뜻해졌을때, 아니면 장갑을 끼고...
  2. OLED 커넥터는 순간 짜릿했습니다. 케이스 진짜로 만들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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