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kai Mnkai

들어가며

이런 주제로는 매우 오랜만입니다.

여러분은 '응답하라 ${연도}' 시리즈 드라마를 혹시 보신적이 있으신가요?
글을 쓰고 있는 2022년 현재에는

아니 이 사람이 왜 이제 와서 응답하라 시리즈 인거야... 방영한지 10년 지났다, 10년

이라고 하실 수 있는 점을 이해합니다. 실제로 방영한지 꽤 오래된 드라마 시리즈이니까요.

응답하라 1994 로고

하지만 드라마 자체의 리뷰는 아닙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아날로그적 소재 중 하나인, 그 시절의 그 물건, 바로 '무선 호출기' 에 대한 것입니다.

무선 호출기 예시

일반적인 경우, 제 나이대의 사람이라면 써볼...수는 있었지만, 보통은 쓰지 않았을 물건입니다. 이런 구닥다리 물건을 아직도 사용할 수 있다면, 그건 제 나이대의 사람이 회사에 각그랜저를 타고 출근하는 것 이상으로 나름대로 꽤 흥미로운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반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는 더이상 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 않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이 기술과 경쟁해서 이긴 2G PCS 서비스도 이미 종료 되었을 정도로 오래 되었습니다. 4G 휴대전화 서비스를 한달에 2000-3000원에 내고 쓸 수 있는 세상인데 이런 구닥다리 통신 기술이 서비스 되고 있어도 쓸 사람이 있을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기술이 옛날에 있었고, PCS 통신 서비스와 경쟁하다가 지금은 더이상 서비스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그 뒤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끝... 이라면 애초부터 이런 글을 쓰지 않았겠죠.

사실 아직도 쓰이고 있는 무선 호출기

사실 앞에서 '제 나이대의 사람이라면 써볼 수는 있었지만, 보통은 쓰지 않았을 물건입니다' 라는 말은 거짓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여전히 써봤을 것입니다. 아래의 이미지를 봐 주세요.

빨간색으로 번호가 여러개 써 있는 안테나가 달린 기기

어떠신가요, 뭔가 감이 오시나요?
감이 안 오신다면, 아래의 이미지도 봐 주세요.

'호출' 글자가 써 있는 납작한 원형 물체

그렇습니다, 바로 그 것입니다.
식당가면 있는 바로 그 물건, 호출벨 입니다. 사실 이것은 내부적으로 예전에 사용하던 무선 호출기와 같은 기술 규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지 신호를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이 반대로 바뀌었을 뿐이죠. 우리는 사실은 아직도 무선 호출기를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덕분에 아직도 저런 호출기를 생산하는 회사는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고, 예전과 같은 무선 호출기도 모델이 그렇게 많진 않지만 여전히 새 제품을 살 수 있습니다.

슬프게도, 무선 호출기를 '상업적' 으로 서비스 하는 업체는 더이상 대한민국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누군가 마법처럼 무선 호출기 기지국을 하늘에서 딱 떨어뜨려주면 한번쯤 써볼 수 있어서 좋을텐데 말이죠...

기지국이 없으면 직접 만들면 되잖아?

옛날이라면 이러한 기지국을 만드는 장비는 너무 비쌌기 때문에 아마 이 단계에서 저는 꿈을 접고, 그냥 얌전히 포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요. SDR이 있고, 라즈베리 파이와 STM32가 있는 세상입니다. 수십만원을 들여서 회로를 설계하고, 직접 부품을 사서 소출력 기기를 만들지 않아도, 범용 하드웨어에 제어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 만으로도 무선 호출기 신호를 송출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걸 제가 직접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이미 누군가 만들어 놓았거든요. MMDVM를 소개합니다. 입장!

MMDVM (Multi-Mode Digital Voice Modem)

이름 그대로, '멀티 모드 디지털 음성 모뎀' 이라는 물건입니다. 감이 잘 안 오신다고요?
매우 작은 출력과 (1mW 수준의) 매우 작은 더미로드 수준의 원산지 불명 안테나를 가진 개인용 기지국을 만들기 위한 하드웨어 입니다. 그리고 여러 규격을 지원하죠. 바로 이 물건이 지원하는 규격 중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POCSAG 이 있습니다.
가격도 정말로 쌉니다. 안테나와 작은 OLED 스크린, RF 보드를 합해서 약 30-40달러 정도죠. 여기에다가 이 물건을 제어할 컴퓨터만 연결하면 훌륭한 개인용 기지국이 됩니다.
여기에서 잠깐.

여기에서 다루는 내용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그냥 아무렇게나 막 따라하면 처벌될 수 있습니다.
소출력 무선 신호를 다룰때라도 실험실 밖으로 전파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항상 적절한 차폐 조치를 하고, 다른 전파 통신에 혼선을 일으키고 있지는 않은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전 분명히 말 했습니다...

...그래서, 이 물건을 적절하게 잘 사용하면, 우리가 여기에서 그렇게 바라고 있던 무선 호출기 기지국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상업 네트워크..?

그리고 여전히 무선 호출기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DAPNET (Decentralized Amateur Paging Network) 라고 하는 전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네트워크가 존재합니다.
이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기지국 / 사람들끼리는 호출을 보내고 받을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 가입할 순 없고, 아마추어 무선기사 이어야 사용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전 자격증이 있죠. 그래서 이번 실험 목적으로, 이 DAPNET에 '직접' 참여해 보기로 했습니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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