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kai Mnkai

오늘은 들어가며 같은 글머리나 목차 같은게 없을 예정입니다. 그리 생각을 많이 하고 쓰는 글이 아닙니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심심해서... 대충 두서없는 썰을 푼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엄청나게 뜬금 없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중요하니까 두번 받으세요.

저는 약 10년 정도 전에 아마추어 무선 취미를 시작하기 이전에 단파 수신이 취미였습니다, 아니 지금도 예전처럼 열심히 하지 않긴 하지만 여전히 취미이긴 합니다.
아마추어 무선보다 단파 수신이 취미였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크게 두가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 지금도 물론 돈이 그리 많진 않지만, 예전에 학생이던 시절에는 더욱 더 돈이 많지 않았었습니다. 단파 수신기는 당연하지만 아마추어 무전기보다 훨씬 쌉니다. 그리고 안테나를 치는 값도 훨씬 쌉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단파 수신은 자격증이랑 허가가 필요 없고, 그냥 수십불짜리 수신기만 주문하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2. 대인 기피...까진 아니지만 전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리 음성 교신을 즐기진 않기 때문에, 음성 모드로 온에어에서 키를 잡는 일은 몇년에 한번정도 있을까 말까입니다. 10년 넘게 실제로 키를 잡은건 정말로 몇번 되지 않습니다. 단파 수신은 제가 직접 말을 할 필요가 없잖아요.

    • 사실 그래서 여러 종류의 디지털 모드 (DV 모드 제외) 에 정말로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직접 말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쓰다가 SOTA 하시는 분이 호출 주파수에서 CQ를 내어서 한번 교신을 하고 왔습니다.
산 위에 계신다곤 하지만 제가 집에서 대충 혼자서 단 안테나로 쏜 5W 출력의 신호가 120km 넘게 날아가서 57 리포트를 받았네요, 놀랍습니다.

몇번 안되는 키를 잡은 이력에 하나 추가➕
그리고 QRZ.com 에도 하나 추가


또 단파 수신이 매력적인 것은 다른 이유도 있는데요, 공동 주택에서 제가 고출력으로 단파 신호를 쏘지 않아도 다른 나라에서 오는 신호를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파 방송 채널들은 대부분 수백 킬로와트 이상의 출력으로 전 지구에 신호를 뿌리고 있기 때문에, 제 쪽에서 그렇게까지 엄청난 안테나가 아니라도 무리없이 수신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덤으로 같은 내용의 방송을 같은 출력에 같은 종류의 안테나로 동시에 3-4개 이상의 주파수로 보내주기 때문에 대충 이 시간대에는 지구의 전리층 상태가 어떤지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재미입니다.
예를 들어서 저는 대충 남아도는 막선을 단파 수신기 내장 휩 안테나에다가 연결해서 창 밖으로 던지고, 제 방향으로 쏘지도 않는 라디오 전파를 몇번 수신했었습니다.

라디오 방송국 QSL이 아닌 게 하나쯤 섞여있는 것 같지만, 맞습니다. 그냥 뭔가 텅 비어보여서 사진에 넣어보았습니다.

스테이션 담당자가 모든 정보를 다 손으로 수기로 적어서 저에게 항공우편으로 보내준 All India Radio 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Dear Sir 가 아니지만, 이 취미가 여자사람은 멸종... 이전에 그냥 처음부터 존재하질 않았을 정도로 없었기 때문에 그 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내가 괴짜인거지...

물론 요즘 시대에 들어서는 대부분의 방송사가 단파 방송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에, 라디오를 밤에 틀면 딱 아래와 같은 분류의 방송만 수백 킬로와트 이상의 출력으로 쩌렁쩌렁하게 잡히는 건 사실입니다.

  1. 우리 동네로 쏘는 윗동네 방송
  2. 윗 동네로 쏘는 우리 동네 방송
  3. 우리 동네로 쏘는 왼쪽 동네 방송
  4. 윗 동네로 쏘는 오른쪽 동네 방송

그리고 부차적으로 살짝 약하게 들어오는 윗 동네로 쏘는 미국에서 날아오는 기독교 선교 방송.

요즘 들어서는 FM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도 줄어드는데, 송출하는 데에 전기랑 공간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한, 그리고 일반적인 사람들은 잘 듣지도 않는 단파 방송을 송출할 이유는 역시 없겠죠. 제 단파 수신 취미야말로 정말로 슬슬 저물어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슬슬 중파 DX에도 발을 들여야 하나 고민입니다.

슬슬 저물어 가는 단파 방송이라곤 해도, 어딘지도 모를 나라의 말이랑 음악이 희미하게 잡음을 뚫고 들려오는 걸 밤중에 듣고 있으면 꽤 재미있습니다. 서로 사이가 안 좋은 국가까지 일부러 전파 방해를 하려고 고출력의 방송을 바로 옆 주파수로 바짝 붙여서 송출하는 걸 보고 있으면 제가 쓰고 있는 수신기의 필터 능력을 실험할 기회가 되어서 흥미롭기도 하면서 다른 쪽으로는 씁쓸하기도 합니다.

생각난 김에 오늘 밤에는 한번 수신기를 또 켜봐야겠네요. 신호 리포트를 메일로 보낼 수 있을만큼 DX 거리의 스테이션을 들을 수 있을까 설레입니다.


다 쓰고 생각나는 헛소리 토막들

  1. 단파 방송이 저물기 시작하니, 내가 이젠 슬슬 신호를 보내야겠지 싶어서 아마추어 3급 전화 동급으로 취급되는 육상 무선 통신사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레이더 사용 방법에 대한 교육과, 통신보안 교육이 참 지루합니다...

  2. 제가 사용하고 있는 단파 수신기는 꽤 나쁘지 않은 성능을 가지고 있는 트리플 컨버전 슈퍼 헤테로다인 DSP 리시버 (Tecsun PL-880) 이지만, 주파수 스캔 속도와 (HF 대역을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훑으려면 몇분 이상 걸립니다...) SSB 필터 품질에 불만이 좀 있어서 이참에 최근 매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SDR 기반의 올모드 올밴드 QRP 트랜시버를 하나 들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워터폴이 매우 기대됩니다. 워터폴이 있다면 이젠 스캔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만약 충분히 만족스럽다면 나중에 아예 HF 전용 트랜시버를 하나 들이고 싶지만, 아마 거주 환경의 한계상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3.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SDR 기반의 간단한 액정이 달린 완제품 수신기 같은게 꽤 저렴한 가격으로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관심 있어하는 지인들에게 영업하면서 좀 뿌리게요.

  4. 너무 열심히 돌아다녔나 몸이 이곳저곳 쑤십니다. 또 열심히 돌아다닐 날을 위해 연휴 동안엔 집 안에서만 있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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