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언제 주문 했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기 시작하는 TWS 블루투스 이어폰 – DutchBudz 리-뷰

들어가면서

Apple 에어팟이 양쪽 귀에 연결하는 유닛이 분리된 형태의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 (혹은 TWS – True Wireless Stereo 라고 대륙에선 많이 부르더라고요) 을 유행으로 만들고 나서 중국에서 비슷한 컨셉의 물건들을 마구마구 만들어내는 덕분에, 싸고 그럭저럭 쓸만한 블루투스 이어폰이 최근에 아주 많이 유행하고 있어요. QCY-T1 이라거나 하는 이어폰이 꽤 유명한데요, 이런 이어폰을 사보려고 알아보니 멀티 디바이스 페어링을 지원하지 않는 (혹은 사양에 명시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평상시에 노트북과 핸드폰을 왔다갔다 하면서 음악을 자주 듣는 미노리로선 이 점은 아주 치명적인 문제였어요. 그리고 아무리 저렴하다곤 해도 뚜껑도 없다는 건 조금 마음에 걸리는 점이기도 했고요. 그 외에도 여러 회사의 이어폰이 있었지만, 이 물건을 ‘펀딩하던 당시’에는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그 사이에 또 아주 많은 제품들이 나왔을테니) 저가형에서는 멀티 디바이스 페어링과 AAC, 그리고 블루투스 5.0을 지원하지 않는 제품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 제품을 펀딩하게 되었던 거에요. (오래전에)


맨 위에 오는 한줄 요약 – 역시 크라우드 펀딩은 엔간하면 거르세요

이 캠페인도 마찬가지였어요. 글을 읽어볼 때 이건 공학도가 쓴게 아니라는게 느껴지는 글이라는 게 (알맹이가 없다는게) 느껴질 때 알아보았어야 했는데.

늦은 소비자 지원, 예상보다 늦어진 배송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품인데도!), 그리고 낮은 상품의 질 이라는 삼박자를 다 만족했어요.

낮은 상품의 질 이라고 한다면, 소비자에게 약속한 제품의 성능을 만족하지 못한다는 거겠죠.

- Latest Bluetooth 5.0
- High fidelity sound
- Fast charging
- Up to 5 hours without charging
- 24 hours total playtime with metal charging case

라는 점 중에서 만족하는 것은

- Latest Bluetooth 5.0

하나밖에 없으니까요. 이게 왜 만족하지 않는지 에 대한 자세한 점은 아래 문단에서 다룰래요.

왜 ‘낮은 상품의 질’ 인가 (부제, 이게 왜 후진가)

블루투스 이어폰 이라는 것의 기본은 개인적으로 아래처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이어폰’ 이니까, 우선은 소리가 멀쩡하게 잘 나와야 한다.
    • 소리가 멀쩡하게 나온다는 점은, 잡음이 없이 원래 소스 그대로의 소리에 가깝게 나와야 한다.
  • 휴대성이 좋아야 한다.
    • 무게가 무겁지 않고, 작아야 한다.
  • 배터리가 오래 가야 한다.
    • 이런 제품의 특성상, 충전도 빨라야 한다.
  • 밖에 자주 휴대하고 다닐것이니, 디자인이 보통은 가야 한다.

하나 하나 살펴보도록 할 거에요.

소리가 멀쩡하게, 즉 잡음이 없이 원래 소스 그대로의 소리에 가깝게 나오는가

우선 이 이어폰을 끼고 나면 가장 중요한 걸 바로 알 수 있어요, 이 이어폰은 화이트노이즈가 (2019년인데!) 존재한다는 것을.

소리에 대한 응답 곡선, 크로스토크 같은 내용에 대해서 다루기 전에, 우선 이 이어폰은 심하게 잘 들리는 화이트노이즈가 존재해요. 시끄러운 대중교통 속에서 듣거나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실내에서 주로 듣는 사람이라면) 화이트노이즈가 아주 심하다는 걸 바로 느끼게 될 거에요. 분명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는데, 80년대 돌비 NR 기술이 없는 치이이이익- 소리가 나는 싸구려 노멀 카세트테이프를 듣는것과 같은 감성이 밀려와요. 낮은 기본 이어팁의 차음성 (그래서 약한 베이스), 힘이 하나도 없는 고음이 같이 합쳐져서 소리 크기를 올리게 되어요. 이 이어폰으로 길게 소리를 듣고 나서 기본 유선 번들 이어폰을 사용한다면, 기본 유선 오픈형 번들 이어폰을 사용하다가 그럭저럭 쓸만한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 정도의 감동을 느끼게 될 거에요. 그정도로 심해요, 이건.

추가: 2019년 2월 12일

이어폰 내부 EQ 게인에 문제가 있는지, 원본 소스에서는 클리핑 문제가 없던 소리가 (주로 1-2khz 대에서) 찌직찌직 찢어져서 들리는 문제가 간혹 발생해요. 작긴 하니까 귀가 예민하지 않으면, 그리고 시끄러운 곳에서 주로 듣는다면 못 느끼겠지만, 그래도 아주 신경쓰여요.

휴대성이 좋은가

프로젝트 페이지에 가서 모델들의 사진을 본다면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커보이진 않을거에요. 큰 서양인들에겐 그렇게 많이 커보이지 않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은 아마도 동양인이겠죠. 서양인과 동양인의 체격 차이에 대해서 감안해야 할 거에요.

예를 들어서 이런 거대한 느낌으로요. 구형 샤오미 10000mAh 보조배터리 (아래 이 애요!) 보다 조금 작은 정도의 부피라는 걸 감안하세요.

배터리가 오래 가는가

앨범 하나 (약 한시간 좀 안되죠) 를 실내에서 얌전히 앉아서 들으니 휴대폰 위에 나오는 배터리 인디케이터가 1/3이 떨어졌어요. 약 절반쯤 되는 음량이에요. 원래 약속한 재생시간이 5시간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이건 과대광고에요. 이대로라면 3-4시간 정도 들을 수 있을거에요.

하지만 만약 이런 추운 날 이 이어폰을 사용한다면, 온도가 매우 낮은 환경에서는 리튬 배터리의 성능이 아주 많이 저하된다는 것도 생각해야겠죠. 이쯤 되면 듣는 시간과 충전하는 시간이 비슷해질지도 몰라요. 과연 온도가 너무 낮은 요즘 날씨를 원망해야 하는건지, 아니면 십년째 별 발전이 없는 리튬 배터리 기술을 원망해야 하는건지 모르겠어요.

충전 시간은 이젠 별 기대도 안 했지만 평범하게 그냥 전원을 끌어가요. 퀄컴 퀵 차지 이런 고급 기술은 당연하게도 없어요. 아, 덧붙여서 이어폰 케이스의 구조 때문에 마그네틱 usb 케이블도 사용할 수 없어요. 충전 케이블을 연결할 때 케이스가 옆으로 열리지 않도록 잡지 않는다면, 케이스가 열리는 걸 볼 수 있을거에요. 그리고 케이스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면 케이스의 충전 상태를 보여주는 LED가 절묘하게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아요. 케이스 충전 상태는 보통 충전할 때 보게 된다는 걸 생각하면, 이건 큰 디자인 미스에요.

디자인이 보통은 가는가

이건 개인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이런 느낌이에요.

출처: Horizon Zero Dawn Wikia – Focus Effect

왜 ‘늦은 소비자 지원’ 인가

메일을 보내면 최소 5일은 있어야 답이 와요. 이거 하나만으로도 말이 안돼요.

예상보다 늦어진 배송

이 제품은 원래 배송 일정보다 한달이 더 늦게 도착했어요. 그리고 배송 방법도 문 앞에 가져다 주는게 아니라 편지함에 넣고 가버리는 준등기 – ePacket 이에요. 분실되면 어떻게 하려고!


결론

  • AAC를 지원하지만, AAC를 지원하는 의미가 전혀 없을 정도로 음질이 전혀 좋지 않은 블루투스 이어폰이에요. 실제로 SBC로 연결된 노트북과 AAC로 연결된 핸드폰에서 의미 있는 음질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어요.
  • 기본으로 제공하는 팁의 차음성이 별로 좋지 못해요. 다른걸로 갈아 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거에 맞는 걸 찾는게 많이 힘들거에요. 그리고 이어폰 자체보다 더 비싼 팁을 사용하고 싶진 않잖아요? 싼 이어폰을 쓰는 이유가 뭐겠어요.
  • 케이스 충전시간이 길고, 이어폰 배터리가 광고만큼은 오래 가지 않아요. 날이 추우면 더 안좋아질거에요.
  • 케이스가 커요, 서양인이 아니시라면 좀 부담스러울 크기일수도 있어요.
  • 디자인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요.

이 가격이면 꼭 뚜껑이 필요하신게 아닌 이상 그냥 조금 더 싼 QCY-T1을 사세요.
고음질을 기대하셨다면 휴대하기 좋은 20-30만원대의 블루투스 헤드폰을 사세요.

편의점에서 파는 싸구려 몇천원짜리 이어폰이나, 비행기에서 빌려주는 싸구려 헤드폰에 만족하신다면 이 이어폰에도 만족하실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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